▲ 5월 27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강연‘AI 반도체로 세상을 삼키다’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철민 삼성전기 상무, 백준호 대표, 차정훈 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
퓨리오사AI·삼성전기, 서강대서 기술 전략 공개
‘전기차급 고효율 칩’과 유리 기판 패키징으로 글로벌 정조준
AI 반도체 기술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 연산 성능이 아닌 에너지 효율성과 시스템 통합 능력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떠오르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고효율 칩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AI 반도체는 더 이상 연산 속도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최신 AI 모델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짐에 따라, 제한된 전력 자원 속에서 최대 성능을 구현하는 ‘연산 효율’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는 “2016년 알파고 이후 최신 AI 모델은 천만 배 이상 커졌다”며 “이처럼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려면 칩 구조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개발한 2세대 AI 추론 칩 ‘레니게이드(RNGD)’를 소개하며, “기존 GPU가 가솔린차라면 RNGD는 전기차와 같다. 같은 성능을 훨씬 적은 전력으로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효율 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기술의 동반 진화도 필수적이다. 삼성전기 박철민 상무는 “칩 크기는 작아졌지만, 그 안에 연산 유닛과 메모리를 더욱 정밀하게 집적해야 한다”며 패키지 기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리 기판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기존 유기물 기반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미세 회로 구현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이날 삼성전기 공장에서 생산된 유리 기판 시제품을 직접 소개하며, 해당 제품이 연내 미국의 빅테크 기업 2~3곳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리 기판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퓨리오사AI는 글로벌 IT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로부터 1조 2천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백 대표는 “경제적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AI의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결집하면 자본 없이도 파괴적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산업은 이제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도 엔비디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을 다변화하는 만큼, 우리 역시 독립적인 AI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이른바 ‘소버린 AI’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 차원의 인프라 강화와 정책 연계도 강조됐다. 박철민 상무는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갖췄지만, 믿고 투자할 스타트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정훈 전 중소벤처기업부 실장은 “자금의 규모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와 현장 간의 ‘공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에 각각 20억 원씩 R&D를 지원한 것이 이들이 지금의 1조 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며, 차기 정부의 AI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구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