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철(구로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며, 우리는 벌써 내년 6월에 있을‘풀뿌리 민주주의의 축제’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 달리 우리 삶의 피부에 닿는 정책을 결정하는 생활 밀착형 선거다. 우리 동네의 쓰레기처리 문제부터, 아이들의 등교길 안전, 지역 상권의 활성화까지 내 삶을 바꿀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과정이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주주의의 축제를 위협하는 불청객들도 함께 고개를 든다. 과거의 구태인‘돈 선거’와 ‘관권 선거’가 여전히 틈을 노리는 가운데, 디지털기술의 발전은‘딥페이크(Deepfake)’라는 새로운 위협을 잉태했고, 확증 편향에 기댄‘부정선거 음모론’이 유권자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제9회 지방선거를‘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신뢰의 알고리즘’을 위한 정책을 본격 가동할 것이다.
첫째, AI가 만든 가짜에 맞서‘진실의 방패’를 든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했지만, 선거에 있어서는‘딥페이크’라는 치명적인 독버섯을 키웠다. 후보자의 얼굴과 목소리를 정교하게 합성한 가짜 영상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중대한 범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은 이제 위험한 말이 되었다. 보이는 것이 곧 진실이 아닌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선거일 전 90일부터는 선거운동을 위한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ㆍ편집ㆍ유포ㆍ상영·게시가 전면 금지된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올바른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선관위는‘허위사실공표·비방 특별대응팀’등을 가동하여 위법 게시물에 대한 확산 차단을 위해 각종 매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삭제요청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기술의 악용은 결국 기술과 법의 엄정한 공조로 막아내야 한다.
둘째, 기부행위와 관권선거‘무관용의 원칙’은 유효하다
첨단 기술의 위협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질적인 선거 범죄인 ‘돈 선거’와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다. “밥 한 끼 정도는 괜찮겠지”“우리 지역 선후배끼리 거마비 정도는”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표(買票) 행위다. 유권자의 표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며, 공무원의 지위는 특정 후보를 위하여 근무하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좁은 지역 사회에서 치러지기에 은밀한 기부행위나 줄 세우기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선관위는 금품수수 행위를 발본색원 하여‘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것이며, 또한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경선에 관여하거나 선거운동을 기획하는 행위는 공직 기강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이기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이다.
셋째,‘공정하다는 믿음’이 곧 공정이다
법학 격언에 “정의는 실현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현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Justice must not only be done, but must also be seen to be done)”는 말이 있다. 선거 관리도 마찬가지다. 선관위가 아무리 내부적으로 공정하게 관리한다 해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불공정하게 비친다면 그것은 성공한 선거관리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개표방송을 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번 선거는 정말 깨끗하게 치러졌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디테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심리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의 알고리즘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관위의 철저한 감시와 관리, 엄정한 법 집행은 공정 선거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고. 이를 완성하는 충분조건은 결국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AI가 만든 가짜 영상·사진에 현혹되지 않는 혜안, 금품의 유혹을 단호히 거절하는 양심, 그리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당선자에게 박수를, 낙선자에게 위로를 보내는 화합의 정신이 필요하다.
다가오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서로를 헐뜯는 전쟁터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축제의 무대를 가장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무대 감독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유권자 여러분도‘신뢰의 알고리즘’을 함께 완성하는 주체로서 깨어있는 눈으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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