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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거지역은 ‘데이터센터의 부지’가 아니다

등록날짜 [ 2026년08월05일 11시24분 ]

<구로구의회 국민의힘 김철수의원> ​최근 구로1동 주거지역 내 두 곳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와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구로구청에서는 "22.9kV 전력을 사용하고 공랭식 냉동기를 적용하므로 전자파와 환경 영향이 미미하다"는 취지로 해명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제기하는 본질적인 의문에 전혀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기술적 수치(전압의 크기)나 기계적 방식(냉각시스템)이 아니다. "왜 하필 정주(定住) 공간인 주거지역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행정이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불안과 반대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금융, 통신 등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데이터센터의 공익적·산업적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나' 들어설 수는 없다. 우리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토지를 주거·상업·공업지역으로 엄격히 구분하여 관리하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다. 이는 시민의 건강권과 쾌적한 생활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사회적 안전망이다.

 

주거지역은 인간의 존엄한 삶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수천 대의 서버가 24시간 연중무휴 가동되고 대용량 전력설비, 무정전 전원장치(UPS), 비상발전기, 대형 냉각설비가 밀집된 '초대형 산업시설'의 실질을 지닌다.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업무시설과 동일 선상에서 취급하는 것은 도시계획의 왜곡이다.

 

​"전자파가 기준치 이하"라는 행정적 소명 역시 환경정책의 대원칙인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위배된다. 이는 과학적 인과관계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잠재적 위해성이 존재한다면 예방적 조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우리 ‘환경정책기본법’에도 명시된 환경행정의 기본 가치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계적인 기준치 충족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에 대한 실질적 안전보장이다.

 

​소음과 안전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공랭식 냉각팬의 지속적인 가동은 야간 저주파 소음을 유발해 인근 주민들의 수면장애와 만성 스트레스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또한 최근 빈발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및 전력설비 사고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재난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시설이다. 주민들이 "사고 확률이 낮다"는 확률론적 해명보다 "위험 요인 자체를 주거지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사회적 수용성(Social Acceptance)'의 결여다. 현대 도시계획에서 대규모 기반시설 입지 선정 시 주민설명회, 공청회, 정보공개 등을 통한 소통은 거칠어야 할 필수 절차다. 그러나 구로1동 주민들은 사업이 기정사실화된 이후에야 사실을 인지했다. 밀실·지연 행정이 주민의 불신을 키운 셈이다. 행정은 단순히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시민의 신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구로1동은 이미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철도시설 등으로 인해 수십 년간 도시 공간 측면에서 소외와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이러한 곳에 또다시 주민 수용성이 전무한 기피 시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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