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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번역, 또 다른 창작물인가 / 최두환

조선, 동틀 무렵 붉게 물든 나라를 다시 읽으면서
등록날짜 [ 2018년12월20일 11시29분 ]

[최두환 칼럼]

번역, 또 다른 창작물인가 
- 조선, 동틀 무렵 붉게 물든 나라를 다시 읽으면서​

 


책의 제목이 『KOREA, A HAJNALPIR ORSZÁGA. Baráthosi Turáni Könyvei Ⅷ』이 있다. 저자는 헝가리 민속학자 버라토시 벌로그 베네데크인데, 그가 투란Turán을 주제로 펴낸 책들 가운데 이것은 여덟 번째 책이며, 한국만을 유일하게 다룬 것인데, 이 책을 내 스스로 번역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게다가 헝가리어라는 것에는 지리적으로도 멀 뿐 아니라, 관광으로라도 가 보지 못한 나라이고, 다른 어떤 외국어보다도 접근이 어려웠기에, 그에 대한 정보도 내게는 전혀 없었다.

 

그런 2005년 늦가을이었다. 경남대학교에서 박사과정(경영학)을 마치고 바로 이어서 국립 경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동양사)에 등록하여 반년이 지난 그 시점에 대학교 도서관에서 초머 모세 역저, 버라토시 벌로그 베네데크가 지은 책 『코리아, 조용한 아침의 나라』(집문당)를 보았다. 지은이가 헝가리 민속학자라고 소개되었기에 다른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아예 출판사 집문당에 주문하였다. 집문당은 ‘한말 외국인 기록’을 시리즈로 펴냈고, 졸저 『대동여지도에서 낙타전쟁』 등을 출판하여 왔기에 그런 친분 때문인지 친절하게 빨리 보내 왔었다.

 

조선의 역사가 우리들의 상식을 충격의 도가니에 몰아넣고도 남을 만큼 그 동안 아시아=조선의 패러다임으로 사관을 정립하기에 결정적 자료로 활용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그 동안 나는 좀더 유럽과 아프리카까지의 영역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비지 랜도어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집문당, 1999)이 있듯이, 결코 낯선 제목이 아니기에 읽기에 부담없이 여느 책처럼 빨리빨리 넘어가다가,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제2장 자연 환경에 “한반도가 … 큰 폭의 기온차 덕분에 독특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만주와 마찬가지로 열대, 한대, 온대 지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문장에서 나의 눈길이 탁 멈추었다. 아니 심장이 무척 크게 뛰었다는 말이 더 솔직할 것이다.

 

이 문장에는 조선 강역에 분명한 진실이거나, 반드시 오류 내지 왜곡이 저자 또는 번역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실 하나만이라도 밝혀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한반도’와 ‘열대 및 한대’의 존재 내지는 관계, 그 진실의 확인에는 원문부터 대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헝가리에서 한국 진해까지, 유럽 중부에서 극동아시아의 끝 한국 땅끝을 잇는 국제통화를 하면서 끝내 헝가리 부다페스트 몇몇 고서점을 뒤져 단 1권밖에 없는 귀한 것이라 비싸다고 했다. 약간의 흥정으로 150유로를 송금하자, 며칠이 지나서 그  책이 나의 손에 들어 왔다. 책은 가로 14.8㎝×세로 22.2㎝×두께 1㎝, 분량은 속표지 포함 본문이 80장 160쪽이다.

 

무엇보다 큰일은 헝가리어를 내가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언어이므로 한 글자라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헝가리어-한국어 사전』을 찾으려 했으나, 부산 경남에서는 이 사전이 없어 서울 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에 전화로 물어보니 구내서점에 있다기에 『알기 쉬운 헝가리어 입문』과 함께 구했다. 뒤이어 『헝가리어 문법 연구』를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하여 독학하였다. 귀에는 전혀 익히지 않지만, 눈으로는 볼 수 있고, 구글 번역기에서 읽어도 주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10년이 지나니 번역의 의욕이 생겼다. 번역 기간은 버라토시의 책 출간 90주년을 맞는 해 2019년까지 2년으로 잡고 2016년 11월부터 본격적 번역에 들어갔다. 하루에 한두 줄을 낑낑대면서 지냈던 날들이, 그리고 뜻하지 않게 갑자기 진해문인협회 회장을 맡게 되어 복잡한 사건의 해결과 크고 작은 행사 일정 때문에 더욱 진척되지 않았지만, 밤잠을 잊으며 꾸준히 씨름하는 사이에 이제는 하루에 한 페이지 32줄을 번역해내기에 이르렀다.

 

이 결과로 알게 된 사실은, 이 원문은 웬만한 책보다도 분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히 충격적 사실이 많다는 것과 번역에 빠진 원문이 한두 줄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무엇보다 헝가리어를 어떤 외국어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언어의 특징의 하나로서 어순이 우리 한국어와 매우 비슷하며, 문장에 관계절이 많이 있더라도, 한글의 토씨처럼 헝가리어에는 후치사가 있어, 이런 특성을 알고 보면,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으로서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 참으로 재미가 있다. 결국 의문의 문장 "열대, 한대, 온대 지대"는 똑같은 표현은 아닐지라도 같은 의미의 낱말로 표현되어 있었다. 나머지 번역되어 있지 않은 문장이 너무도 많아 이들을 빠짐없이 번역하니 과히 놀랄만한 내용이 더 있었다. 여자들이 잆는 의복이 세계에서도 가장 최신유행이었다고 했다. 그 책을 『조선. 동틀 무렵 붉게 물든 나라』라고 번역하여 펴낸 바 있다. 그 의미까지 밝히면서.

헝가리어는 커진치 페렌츠Kazinczy Ferenc/1759~1831를 중심으로 언어개혁운동이 있었고, 1832년에 헝가리어 정서법이 제정되고, 1844년에 헝가리어 공공어로 결정되고, 1847년에 규범 문법이 등장하고 현대 헝가리어가 성립되었다.

 

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주시경周時經/1876~1914을 중심으로 1896년에 독립신문사 및 협성회의 동지들을 모아 ‘국문동식회國文同式會’를 조직하여 맞춤법을 연구하고, 1898~1900년에 ‘대한국어문법’을 만들어 지금의 한글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헝가리어도 한글도 갈고 닦고 잘 다듬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나라의 역사도 갈고 닦아야 빛날 것이다.

 

역사는 그 나라의 혼이다. 혼을 살려야 한다.

 

 

□ 최두환  

경영학박사. 동양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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