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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리먼트 하지 축제 / 이경구

등록날짜 [ 2018년12월23일 21시05분 ]

[이경구 칼럼]

프리먼트 하지 축제 

 


   올해도 6월이 되니, 프리먼트 예술위원회는 2017 제29회 프리먼트 하지 축제를 6월 17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유니버스 센터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 축제란 여름을 알리는 축제이다. 축제 행사에는 미국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관객이 몰려온다. 
   날씨도 청명한 토요일 오후, 우리는 축제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레닌 동상(Lenin Statue) 맞은편 인도로 가서 기다렸다. 좀 떨어진 곳에서 레닌 동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좋은 자리다. 왼쪽 노스 36번 스트리트 쪽에서 '우'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알몸에 가지각색 페인트를 칠한 남녀 무리가 자전거를 타고 손을 흔들며 나타난다. 환상적인 프리먼트 하지 축제가 시작되었다. 연도에 모인 관객들은 ‛오 마이 가드’를 외쳐 댄다. 완장을 팔에 두른 기자들이 행렬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침 그때 알몸에 아무런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젊은 남녀 한 쌍이 앞쪽에 보인다. 관객들이 목을 길게 빼고 손뼉을 치면서 환성을 터뜨렸다. 키가 늘씬하고 이목구비가 수려한 젊은 남녀는 관객들 속의 우리를 발견하자 천연덕스럽게 손을 흔든다. 아까 스타벅스 커피숍에 들렀을 때, 옷들을 단정하게 입고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라고 아내가 말한다. 
   또 사치한 복장을 한 여성들이 춤을 추며 지나간다. 그다음에는 자연 보호 운동가들이 지구와 동물 모형을 들고 따라간다. 호랑이 모형이 보이니까 관객들은 호랑이의 포효를 흉내를 낸다. 어떤 참가자는 모자를 관객에게 내밀고 축제 지지 후원금을 청한다. 왼쪽에 눈을 돌리니까 갖가지 행렬이 따라온다. 건너편 레닌 동상 뒤쪽 나무에도 관객들이 올라가 구경한다.
   레닌 동상은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알몸으로 춤을 추고 지나가는 행렬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레닌 동상의 자세에 눈길을 주더니, “레닌이 프리먼트 하지 축제를 좋아하네.” 하고 독백을 퍼붓는다. 연도에 늘어선 관객들은 진귀하고 화려한 하지 축제 행렬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프리먼트 하지 축제를 관람하고 나니,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하지 축제는 우리가 세 번째로 구경한다. 
   프리먼트 하지 행렬이 끝나자, 아내와 더불어 길을 건너서 상가 앞에 서 있는 레닌 동상 앞으로 갔다. 품이 넉넉해 보이는 양복에다 납작한 모자를 쓰고 있다. 높이가 16피트이고 무게는 7t이란다. 수염을 달고 있으며 눈이 매서워 보인다. 양쪽 손가락에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데, 관객들이 일부러 칠한 것 같다. 레닌 동상 앞에는 안내판이 있다.
   프리먼트 하지 축제 자료에 따르면, 레닌 동상은 불가리아의 저명한 조각가 에밀 벤코프(Emil Venkov)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의 의뢰를 받고, 10년에 걸쳐 만들어 1988년에 포프라드에 세웠다. 그 동상은 이듬해 공산당이 무너지자 철거되었다. 레닌 동상은  벤코프가 레닌을 불길에서 뛰어나오는 강렬한 혁명가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것이란다. 포프라드는 현재 슬로바키아의 도시다. 
   이사콰에 사는 기업가 루이스 카펜터(Lewis Carpenter)는, 1993년에 포프라드를 여행하다가 레닌 동상이 얼굴을 땅바닥에 댄 채 고철 야적장에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자, 돈을 주고 시애틀 프리먼트(Fremont)로 가져왔다. 제작자의 비상한 솜씨와 장인 정신과 표현의 대담함을 보고 보존을 결심했단다. 수송비도 카펜터가 집을 저당 잡혀 마련하였다. 레닌 동상이 중요한 역사적 한 시대를 생각나게 하는 기념품이 되기를 꿈꾸던 카펜터는 1994년에 서거하였다. 혹자들은 프리먼트 동네를  ‛프리먼트 예술가 공화국’이라고 부른다.
   레닌 동상의 설치는 커다란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레닌 동상은 예술가 정신의 상징이라고 찬성자는 주장한다. 예술은 정권이나 이데올로기보다 오래 간다는 것이다. 레닌 동상은 치욕이요, 명예 훼손이요, 동유럽에서 공산 통치로 인해 죽은 수백만 인의 상징이라고 반대자는 반박한다. 레닌 동상은 이 지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닌 동상이 자본주의 대국 미국에 팔려 와서 시애틀 프리먼트 거리의 나무 밑에 세워진 모습을 보니, 레닌이 꿈꾼 사회주의 세계 건설은 헛된 한때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 이경구 
前 외교관. 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 역임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l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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