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유일한 문예지 문학광장(발행인 김옥자) 편집주간인 김길전 시인이 201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당선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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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진
파라킨사스 너는 뼛속까지 시린 밤에도 쇄골을 드러낸 가난한 여인의 입술에 걸린 광고
가진 것이 그저 빨강 밖에 없네요
추운 것들은 늘 번지려는 색 뿐이에요
낡은 예식장이 생각과 모자를 바꿔 장례식장이 되자 눈이 많이 내리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죽었어요
간밤
그 신장개업의 담벼락에 어지럽게 나붙은 광고
생고무 신발 재고 정리 새 신발 신고 가세요
추운 것들은 늘 발이 젖어요
몸 전체로 광고인 갈치는
나무 상자 위 값이 치워진 나부처럼 누웠어요
그 은빛 몸을 쓸어 간을 보는 시선에도 동그랗게 뜬 눈
추운 것들은 늘 눈이 커져요
광고는 붉은 과장
광고는 춥고 따스함의 의도적 대비
광고는 움츠리는 불빛의 촉수
추운 것들은 언제나 끝에 있어요
오늘 파라킨사스는 눈 속에서도 드러낸 가슴이 너무 붉고
몇 낱알 쌀을 물고 누운 자는 신발이 없어요
단지 겨울이라는 그 이유만으로 모두 돌아섰네요
타인의 추위를 수긍하지 않는 이들의 등 뒤로
드러냄이 참 스산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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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
[당선소감]김길전 / “별은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저명한 문인의 상징주의 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문학의 현실참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글을 쓰십시오. 그 것이 문학을 하는 사람의 가장 큰 현실참여입니다.” 그 분은 신춘문예에 대해 “심의의 가장 큰 관점은 발전성이다. 지금이 아닌, 그 후의 그이를 보는 것”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참 오랫동안 별을 헤이며 살았습니다. 여름에 먼 섬에 가서 밤중에 몽돌 해변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데 마치 꼬마전구가 터지듯 별 하나가 꽈리처럼 부풀더니 반짝 빛을 발하고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이 별의 탄생인지 종말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제가 그것을 만나기 위해 어떤 불가해한 시공을 거슬러 거기 있다는 생각, 또 별이 그 조우를 위하여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등줄기에 쭉 한기가 훑고 내려갔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한 경험이었습니다. 경상일보의 당선 소식을 들은 순간 다시 그 전율을 느꼈습니다.
별은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 예순다섯 해를 보냈습니다. 이제 저의 그 별을 놓지 않으렵니다.
약력
-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 문학광장 주간
-1953년 전남진도 출생
-원양선박업 근무,
-현재 통신관계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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