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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지프스의 형벌 / 김은자

등록날짜 [ 2019년01월13일 13시14분 ]

[김은자 칼럼]

시지프스의 형벌 

 


아침,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일어나 마른 치솔 위에 쥐똥만큼 치약을 짜서 얹는다. 양치를 한다. 세수를 한다. 옷을 입는다. 화장을 한다. 그리고 습관처럼 일터로 출근을 한다.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예외는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에 '나는 도대체 왜 사는가?' 불현듯 허무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존재의 의미것을. ‘나는 존재한다’ 라는 고백이다. 삶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루하고 무의미한 이들이여,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우리는 살아있다.

 

1938년 프랑스의 철학자며 문학가인 사르트르는 첫 번째 장편소설『구토(嘔吐, le nausee)』를 발표한다. 어떤 사람들은『구토』를 실존적 철학을 향한 관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관찰과 사색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문학적 탐구를 선사했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철학과 문학을 통하여 존재를 규명해준 소설이라는 것이다.

 

젊은 역사학자인 '앙투안 로캉탱'은 어느 날 무명의 인물에 대한 전기를 쓰던 중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이 조금씩 허무해지면서 급기야는 살아야 할 이유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그에게 삶이란 아무것도 아니며 그저 텅 빈 껍데기일 뿐이다. 로캉탱 눈에는 비친 사람들은 혼란스움과 불안감으로 스스로를 여분의 불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계획이나 의미도 없이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로캉탱은 구토가 치밀어 견딜수 없어 한다. 옛 여자 친구 '안니'를 찾아가 삶의 돌파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녀 역시 별반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었다. 무력감에 휩싸인 로캉탱은 도시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마지막으로 동네 카페에 들른다.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흑인 여가수의 재즈를 들으며 로캉탱은 의식을 반전을 맞는다. 사람은 죽었을지라도 그들이 도전해서 이룬 예술은 레코드 판에서 재생되어 영원히 남는다는 생각에 그의 구토증은 씻은 듯이 나아 창작을 꿈꾸며 소설은 끝이 난다.

 

그가 말하는 '존재'와 '본질'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사르트르의 화두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 라는 명제다.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그의 관찰과 사색이 우리로 하여금 존재와 자유에 대한 탐구를 꿈꾸게 하고 존재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사르트르의 실존은 부조리 자체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에 도전하며 부조리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 감당하기 힘든 부조리라 할지라도 절망하지 말고 맞서 나갈때 인간의 존재는 더욱 가치 있어진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절망을 말한 자가 아니라 희망을 논한 자다.

 

그리스 신화에는 시지프스가 등장한다. 시지프스는 신에게 맞선다는 이유로 거대한 바위를 밀어서 산꼭대기 정상까지 올리는 일을 되풀이하며 사는 신화속 인물이다.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 올리면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시지프스는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평생 그 일을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현대인들의 모습과 닮지 않았는가? 무료하고 무의미한 삶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하면 살아있음이 황홀하리라.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존재의 가치이고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생은 Birth(B)와 Death(D)사이의 Choice(C)라고.영겁의 시간을 향해 오늘도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스들이여, 선택의 연속이 삶이라면 고귀하고 가치있는 것을 꿈꾸리라. 존재는 아름답다.

 

 

□ 김은자 
시인. 미주시낭송문화예술원 원장. 뉴욕 K-RADIO 문학프로그램 '시쿵' 진행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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