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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월 / 김은자

등록날짜 [ 2019년01월16일 00시48분 ]

[김은자 칼럼]

1월

 


시작이 아니다. 첫마디가 아니다. 결심이 아니다. 겨울은 벌써 만삭을 앞둔 여인처럼 무르익어 있는데 시작이라면 늦었다. 만만히 보면 큰코다친다. 1월은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코를 사정없이 베어간다. 베인 코를 보여주지도 말해주지도 않는다. 한 해가 갈 무렵이 되어서야 뻥 뚫린 자리만 남길 뿐이다. 성격이 급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달아난다. 처음부터 끝낼 궁리에 꽉 차 있다.

 

달리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스타트다. 선수들이 시작 총소리를 기다리며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이유는 남보다 빠른 시작을 위함이리라. 시작의 설레임이여, 나에게도 총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전력을 다해 뛰던 시절이 있었다. 첫발을 떼기 전부터가 시작이었다. 총소리가 울리고 첫발을 떼었을 때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시작의 시점이 가장 이른 자가 승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월은 보채지 않는다. 말이 없다. 찹쌀 반죽처럼 만지는 데로 빚어진다. 나무는 눈보라를 이기는 법을 터득하고 뿌리는 봄을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도 소리 하나 없다. 세상이 고요하다. 눈이 멀고 귀가 먼 사람들이 많아 오롯이 꿈꾸기에 좋다.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므로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다.

 

융통성이 있다. 여백이 있다. 여차하면 껴 들어갈 수 있고 썼다가도 지울 수 있으니 오, 1월이여, 이것이 아니다 싶을 때는 버릴 수 있겠다. 변경해도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겠다.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니고 빨라도 늦어도 손해 보지 않겠다. 하늘이 맑아 별이 가장 잘 보이는 달, 추위를 무릎 쓰고 산을 오르는 자만이 별을 볼 수 있으리니. 도란도란 별과 얘기할 수 있으리니. 빛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으리라.

 

하얀 계절 속에서 기어이 새달을 맞아야 한다면 그것은 13월이어야 옳다고 한 자가 누구인가? 1월이 시작이며 전환인 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자다. 1월은 처음이면서도 이어지는 달이다. 골목을 돌아 또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어 온 길과 갈 길을 더듬어 보는 달이다. 개선가를 불러도 좋고 행진곡을 불러도 낯설지 않다. 식물성이기도 하고 동물성이기도 한 달, 앞모습이고 뒷모습인 달이다. 만남이며 떠남이다.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 서로의 등을 보듬으며 길을 걷는 연인들을 보아라. 1월은 가장 추우면서도 가장 뜨거울 수 있는 달이다. 새것이면서도 헌 것이다. 처음이고 끝인 달이다. 1월의 이름은 야누스, 두 얼굴의 요정이다.

 

다른 방향을 동시에 보는 달이 1월이다. 각도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적극적인 사람에게는 적극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에게는 소극적이 된다. 냉정과 온정이 함께 존재한다. 겸손하지만 자존감이 넘친다. 남자이면서도 여자이다. 앞면과 뒷면이다. 중용이다. 성과이다. 가치이다.

 

꿈이며 현실인 제뉴어리여, 상상이며 정물이다. 신인이면서도 원로이다. 괴로움이며 새로움이다. 리얼리즘이며 로맨티시즘이다. 겨울바람에 내던져진 화분을 보며 아직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꽃을 그리는 달, 1월에는 흰 눈 쌓인 벌판을 바라보며 어디 사람 없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쭉 뺀다. 꽃을 닮아간다.

 

 

□ 김은자 
시인. 미주시낭송문화예술원 원장. 뉴욕 K-RADIO 문학프로그램 '시쿵' 진행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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