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둥지는 없다』를 발간했다. 서른의 나이에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이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둥지는 없다’는 삶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둥지가 없다는 사실은 상실을 뜻한다. 그러나 그 상실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인은 그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인도, 티베트, 히말라야, 아프리카, 그리고 사하라 사막과 산티아고 순례길……. 둥지를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끝이 없다.
마침내 시인은 애초부터 인간에게는 ‘둥지는 없다’는 사실을, 그 ‘없음’을 처절하게 인식하면서 궁극적인 실존에 질문을 던지고 치열한 몸부림을 치는 것이야말로 뭇 생명들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도전이자 사명(使命)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즉 생로병사의 몸부림이야말로 생명이 깃들 수 있는 ‘집’ 그 자체라는 인식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해 가는 방법이 각기 달라도 생명을 받아 유지해 나가는 본질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54편의 시편들에 배어 있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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